2024.03.19.수 | 밤공
예스24아트원 1관 (아트원에서 페인트 냄새나요)
“이번엔 춤은 안 춰요. 무대 위의 나는 내가 죽어버리면 사라지잖아.”

[시놉시스]
발레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었던 발레단 ‘발레 뤼스’ 그리고 그 ‘발레 뤼스’를 만들어 낸 디아길레프
디아길레프는 평생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발레 뤼스 수석디자이너 브누아와 함께 발레 뤼스를 창단하고 스트라빈스키를 작곡가로 영입한 후 빠리로 진출한다.
그는 어린 시절 겪었던 아버지의 억압과 무시로부터 도망치기라도 하려는 듯 극장 대관부터 투자자 미팅, 발레 연습 참관까지 발레 뤼스에만 매진한다.
어느 날 새벽, 연습실에서 춤추던 니진스키와 마주친 디아길레프는 니진스키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춤을 지켜보며 묘한 위로를 받고 점점 그에게 끌리기 시작한다.
디아길레프, 브누아, 니진스키, 스트라빈스키가 공들여 만든 <페트루슈카>가 빠리에서 크게 성공한 후, 발레 뤼스는 <봄의 제전>을 준비한다. 디아길레프는 브누아를 비롯해 함께 일하는 예술가들과 소통하고 안무가인 니진스키의 그림을 실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<봄의 제전> 초연은 화제작이자 문제작으로 남는다. 관객들과 투자자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디아길레프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…
[CAST]
디아길레프: 조성윤 배우
브누아: 김이담 배우
니진스키: 이윤영 배우
스트라빈스키: 김재한 배우
*스포 있을 수도 있음*
- 어쩌다보니 총첫을 보게 되었습니다. 총첫이자 자첫.
(이제부턴 보고 바로바로 후기 쓰기로 혼자 마음먹었습니다.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얼른 끄적여보는 후기)
- 회전극 + 애배 잡음 이슈로 극호 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. 물론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기에 함께 적을 것입니다.-
일단 공연예술을 다룬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좋은 인상으로 시작했다. <디아길레프>에서 다루는 발레와 내가 좋아하는 연극, 뮤지컬은 물론 조금 다른 분야지만 그래도 같은 공연예술 쪽 진로를 희망하는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땐 극 안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.
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디아길레프가 공연예술을 대하는 방식이었는데, 관객이 우선. 관객이 없으면 무대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표현의 대사가 있었던 것 같다. (원래 연극, 뮤지컬을 보고 나면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아도 그때의 느낌은 오래도록 남거든요, 그러한 느낌들 중 하나) 디아길레프뿐만 아니라 발레 뤼스의 구성원 네 명 모두 공연예술을 대하는 신념이 관객을 위한 무대! 여서, 이 점이 마음에 들었다. / 나도 공연예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관객이라고 생각하는 편, 관객이 없으면 무대는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.
캐릭터 4명 각각의 특징이 명확했다. ‘발레’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만난 네 사람이 각자의 직업군에서 본인의 입장을 펼치며 갈등하는 모습이 스토리 전개의 정석(?) 같은 느낌이랄까. 정직한 갈등과 인물 간의 충돌을 보며 느낄 수 있는 전율이 심하게 느껴졌다.
니진스키가 발레 하는 모습은 굵직굵직한 안무만 생각한다면 극 중에서 크게 2번 나온다.
1. 기존의 발레
: 여기서 디아길레프가 니진스키에게 반한다. 니진스키의 춤은 정말 자유롭고, 행복해 보인다. 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느낌이 객석에 앉아있던 관객에게까지 와닿았다. / 이윤영 배우의 발레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공연이 끝나고 찾아봤다. 배우로서는 대학로 첫 데뷔가 이 작품 -2024 <디아길레프>-이고(‘대학로’ 데뷔다. 공식적 데뷔는 <오페라의 유령>), 전에는 발레리노로 활동한 적이 있던 발레 전문가였다. (배우가 어떻게 발레&춤을 저만큼 잘 추지, 싶어서 보는 내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)
2. 니진스키의 창작 안무
: 의상도 확 변하고 (꼭두각시 인형 의상 같았다) 춤의 느낌도 180도 달라진다. 관절이 꺾이고 (꺾인다기보다는 딱, 딱 끊기는 느낌?) 무대 벽면에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사람의 형태가 등장해 그와 맞는 호흡을 보여준다. 이 춤을 보면서 좋았던 부분이, 니진스키의 불안한 감정 상태를 보여준다는 점이었다. 자신의 첫 창작 안무를 무대에 선보이고, 이를 무용수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에서 보인 불안함(안무가들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)이 춤 속에 녹아들어 갔다고 생각했다.
전체적으로 안무가가 열일하신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. 춤이 주요한 소재이니만큼 안무가 이 극에서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, 그 소임을 다하였다고 본다.
이제부터는 아쉬운 점.
디아길레프는 니진스키에게 첫눈에 반한 것 같은데, 그럼 니진스키는 언제부터 디아길레프를 좋아했나? 가 의문이다. 제목부터가 <디아길레프> 즉, 디아길레프의 시선에서 풀어가는 이야기이니만큼 니진스키의 이야기는 그보다 덜 등장한다는 것을 이해한다. 그래도 쌍방향 사랑이면 그 시작은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.
니진스키가 정신병원에 갔다는 부분이 약간 으엥? 싶었다. 갑자기? 물론 봄의 제전 무대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졌을 수는 있다. 하지만 그 어떠한 부연 설명이나 언급도 없이 냅다 결혼, 냅다 정신병원, 냅다 기억상실. 이 세 부분이 후반부 스토리의 급박한 전개를 이끌어낸 것 같다.
결말이 모호했다. 이 갈등이 해결된 것도 아니고, 아직 이야기가 더 남아있을 것 같은데 디아길레프가 마지막 넘버를 부르고 딱 암전. 나는 극이 끝났는지 모르고 있다가 다른 관객분들이 기립박수를 치길래 얼떨결에 일어났던 것 같다. (그때 친 기립박수는 진심이었다. 폴짝폴짝 뛰면서 박수 치고 싶었는데 참았음)
암튼 디아길레프 회전돌 것 같습니다. 이윤영 배우 춤이 너무 좋아서 고정잡고요.
총첫이자 자첫 후기
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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